선종
선종(善終),
선종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카톨릭에서 임종 때에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촌놈은 선종을 단어 그대로 착한 마무리라고 정의하고 싶다
비와 눈이 섞이고
겨울도 봄도 아닌 날씨를 연출하며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영 겨울은 가기가 싫고
봄은 아직 오기가 싫은 모양을 하고 울상을 짓고
엊그제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정들었던 명동 성당을 떠나
장지로 향하는 날
하늘도 그의 숭고한 삶을 앎인지 따뜻한 솜과 이별의 눈물을 같이 내려 주고 있다
그 분을 추앙하는 추모 행렬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종을 넘어
종파를 초월해서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보루로서
종교적 양심을 비춘 등불로서
이 땅을 살아 왔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신앙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늘 몸을 낮추고 반듯하게 살아 왔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앙하고
애도하는 듯 하다
정진석 추기경은 장례미사 강론에서
'죽음의 허무함과 슬픔은 어떠한 인간적인 언어로도
달래 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비정하고 냉정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라는
부활 신앙 때문에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라고 하였다
그는 노환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다는 전언이고 보면
그가 늘 하신 것처럼
감사 합니다. 사랑하십시오
마지막까지 각막 기증을 하여 또 두사람의 빛이 된 김추기경
그만큼 그는 사랑과 평화를 꽃피운 분이다
늘 가난하고 소외받는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대변했던 그분
이제 그 분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1922년 5월 대구에서 태어나
1047년 성신대학(현 가톨릭대학)신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951년 9월 사제서품을 받았다
1966년 5월 주교 서품과
1968년 5월 대주교 승품
1969년 4월 47세의 나이로 추기경 서임
1998년 서울 교구장 퇴임
2009년 2월 16일 선종에 이르기까지
그가 남긴 족적들은 근대 한국 역사의 흐름과 같이 하였다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성자처럼 사셨던 촛불과 같은 존재’
‘사랑 남긴 김 추기경 하늘서 안식‘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 큰별지다’
등등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가 남긴 말들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님 사실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게서는 다른 길을 보여주지 않으시고
오로지 이 길만을 보여 주셨습니다'
(1951년 9월 15일 사제 서품식 때 제단 앞에 부복했을때 기도)
'주여 이것 저것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주님께 대한 저의 사랑도 재지 않겠습니다
그저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과 함께 걸어 가겠습니다
저를 받아 주소서.
모든 것이 당신 것이오니 그대로 당신께 맏기겠습니다'
(1979년 2월 13일 피정 마지막날의 일기)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1987년 6월 13일 밤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지금 하느님게서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 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부끄럽게 살아 온 그의 죽음 앞에 새롭게 태어나 그가 못다 이룬 일을
뒤에 남은 우리가 이룬다면 그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 합니다
(1987년 1월 26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 추모 및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 중)
그 분을 보면서 하느님은 참 착한 큰 아들을 두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당신을 사랑 합니다
추기경님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이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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