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세상 떠난 큰 누님

goldenfiber 2009. 4. 24. 23:08

 

 2009년 4월 22일  입원한지 불과 3개월 열흘남짓한 시간만에 큰 누님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식이 있는 날, 하늘도 울고 자식들도 울고, 남편도 끝내 울었다

 

부디 영면(永眠)하소서 



세상에 이런 재변도 있습니까?


없는 살림 꾸리어

자식들 남혼여가 시키고

이제 편할 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열심히 살아 온 죄밖에 없는

당신을 데려 가시다니


검진한번 해보겠다고

걸어서 집 나선 지

석달 열흘 만에

거칠게 몰아쉬던 숨소리

뒤로 한 채


홀로 남은 인생의 반려자는 어쩌고

어머니 그늘에 뛰놀던

자식들은 어쩌라고

일흔 넷의 서운한 나이에

허망한 발길을 재촉 하십니까?


흙으로 돌아가는 날

그리도 오고 싶었던 집

둘러보는 당신 보고

하늘도 울고

자식도 울고

끝내 참아 왔던 남편도 울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주님의 자녀로 태어나

그래도 다행이오만

열 넷 손주

길 떠난 할머니 뒷모습 바라보며

눈시울 적십니다


큰 누님!

부디 영면하소서


이 세상 못 다한 삶

하늘나라에서는 넉넉하게 누리소서


병마와 싸우다가

쥐어뜯긴 머리카락

촉촉히 내린 봄비 거름삼아

녹색으로 염색하고

다시 피어 나소서


바람소리, 산새소리 벗삼아

들녁의 유채꽃 감상하며

다하지 못한 세상구경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며

만나지 못한 친구들일랑

모두 모두 이루소서.


이 세상 엉킨 사연들

모두 잊고

이루지 못한 꿈 다 이루며


이제 마음 편하게

편한한 안식 누리고


영원한 삶 사소서

 


2009. 4. 24  큰 누님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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