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데이와 얌체 상혼
김철모/시인
며칠 후면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준다는 화이트데이다. 그러나 화이트데이는 발렌타인데이의 역사성, 순수성과 달리 철저한 상술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발렌타인데이의 가장 유력한 설은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2세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 몰면서 결혼후 전쟁터에 투입되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 생각으로 군대를 이탈하거나 전쟁에 전념할 수 없다는 데서 결혼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에 사제 발렌티누스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몰아세우는 황제의 영욕도 문제이거니와 가정을 꾸미는 것조차 전쟁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사제 발렌티누스를 처형하게 되는데 그날이 269년 2월 14일 이었고 이 때부터 자연의 조화인지 새들이 짝짓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의 성 발렌티누스 축일이 연인들의 축일로 기념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화이트데이의 탄생은 1958년 “오늘 하루만이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초코렛을 통해서 사랑을 고백해 봐라”는 광고로 발렌타인데이에 몫돈을 챙긴 일본 제과회사 모리나가가 당시 비인기 품목이었던 마시맬로우(marshmallow)를 팔기 위해 "2월 14일초콜렛으로 받은 사랑을 3월 14일에 마시맬로우로 보답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한다. 하지만 바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10여년후에야 초코렛 열풍은 화이트데이의 사탕으로 이어진다. '화이트'라는 말은 마시맬로우가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그래서 화이트 데이는 서양에는 없고 동양에만 있다.
어쩌거나 사제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고결”한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 데이가 연인들의 사랑 틈바구니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상업주의로 흘렀다는 대해는 이론이 없다. 따라서 일본식 사탕대신 우리고유의 엿으로 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에게는 초콜릿과 사탕은 로맨틱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때를 빌어 그동안 용기가 없어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연인들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상혼과 뒤 엉켜 요즘은 만들면 날이다.
매월 14일에 의미를 부여한 1월14일 다이어리 데이(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날),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3월 14일 화이트 데이, 4월은 블랙 데이(2.14일과 3.14일 혼자서 지낸 사람이 검은 옷을 입고 시커먼 짜장을 먹는 날), 로즈 데이, 키스 데이, 실버 데이, 그린 데이, 포토 데이, 와인데이, 무비 데이, 12월은 머니 데이 등등... 가끔은 내 생일도 잊고 살아가는 판에 이런 날들을 다 기억하고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은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일 것이다
전라일보 2010년 3월 12일 '젊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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