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
김철모/ 시인
30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와 함께 치러 진 기초의원 선거로 임시 공휴일이었던 1991년 3월 26일 아침 8시. 산으로 도롱뇽를 잡으러 갔던 대구의 한 마을 다섯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당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특집방송 등을 통해서 이 어린이들을 찾아 나섰지만 가족과 온 국민들의 가슴만 애태우고 해결되지 못했다. 영화 ‘아이들’은 일명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의 실화를 기초로 제작된 영화다. 선거가 한창인 시간에 다섯 아이들이 산으로 향하면서 이 영화는 시작된다. 박용우(강 PD), 류승룡(황우혁 교수), 성동일(박경식 형사), 김여진(종호 모), 성지루(종호 부) 등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 이 영화는 21년 전 국민적 충격을 다시금 우리에게 전한다.
특종만을 찾는 강 피디는 개구리소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이 사건에 뛰어들고, 자신이 세운 가설로 실종 아이들 가까운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장하여 파장을 일으키는 황교수, 분명 범인으로 보이는 자는 있지만 증거부족으로 잡지 못하는 박형사, 그리고 황교수의 우매한 주장으로 인하여 범인으로 몰린 종호 아버지는 끝내 자식을 찾지 못한 체 시름이 너무 커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건 발생 11년 6개월 후 다행히 아이들의 유골이 인근 산에서 발견되었지만 범인의 흔적은 어느 곳에도 발견되지 않아 또 한번 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 필자는 관람시간 내내 극중의 등장인물과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과 답답함에 자괴감을 느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들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일부 사건의 경우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 가족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이번 영화 ‘아이들’을 통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21년 만에 영화로 제작됨으로써 다시금 사람들의 머리에 새기게 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이 ‘살인의 추억’과 ‘그 놈의 목소리’로 영화화 된 이후 또 다시 영화를 통해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맛보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특히 근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배경으로 하는 모 방송사의 ‘싸인’ 드라마의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 시점, 우리 모두의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보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수사를 통해 다시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처럼 해결하지 못하여 가족과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범죄라도 완전범죄는 없으며 반드시 범인은 잡힌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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