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9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일본에서 배우자
김철모 / 시인
지난 3.11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으로 일본이 벌컥 뒤집어졌다. 이번 대지진은 진도 9로 지진 역사상 4번째로 큰 지진인데다가 단순 지진이 아니라 지진여파에 따른 쓰나미로 인한 1시간의 대재앙에 안전제일을 부르짖던 일본이 초토화 되었다. 더구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폭발은 원전주변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도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말 현재 사망과 실종된 공식 확인된 인원만 해도 2만 8천명이 넘고 있어 앞으로 그 숫자를 예측할 수 없다.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는 참화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일본인들을 발견하였다.
1키로 넘게 주유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량행렬, 시설파괴로 물 배급을 받는 행렬에서도, 라면하나 사기위해서 편의점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서기에서도 고성이 오가거나 새치기는 없었다. 원전폭발로 시민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한송전 조치에도 일본인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운행하는 전철이 반 이상 줄어든 수도 도쿄주민들도 수백미터에 달하는 줄을 서서 순서대로 전철에 올랐다고 언론은 전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냉정한 일본 언론보도와 달리 한국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선정적이거나 흥분된 가운데 흥미위주의 보도로 일본 언론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연예인들의 일본 돕기 모금소식은 더더욱 경쟁적이다. 더군다나 일부 네티즌들은 호들갑을 떨며 유언비어를 퍼 나르기에 바쁘다. 근거없는 설로 국민들의 감성을 부추기는가 하면 방사능 피해가 당장 있는 것처럼 불특정 다수인에게 문자를 날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우리가 냉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동부대지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초‧중‧고교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진특별 교육과 함께 질서의식 등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풍력등 신재생 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와 각종 건축물과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과 함께 내진설계 강화를 위한 관계 법령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초단위 경보시스템 구축과 대피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지진등 대규모 재난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불과 얼마 전 있었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또 다른 북한의 도발에도 신속히 대비하는 대응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따라서 금번 일본 사례를 거울삼아 ‘일본에서 배울 것은 배우자’. 이번만큼은 냄비근성에서 벗어나 은근한 돌솥근성으로 우리 자세를 바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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