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요
김철모/ 시인
지난달 직장에서 새해의 각오를 다지며 직원들의 정신무장을 위한 ‘병영체험’이 1박 2일동안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입소식과 함께 오전에는 유격(PT)체조, 막타워 낙하훈련과 낙하산 이어달리기 등 30여년전 군 생활 기억을 되살리는 병영훈련이 있었고, 오후에는 교육전문기관의 주관으로 ‘YOU - 답(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팀웍 레크레이션과 이어 오랜만에 내무반에서 1박하면서 동료들과 취침점호를 받으며 전우애를 나누었다. 이튿날은 미륵산을 오르면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명품 새만금 완성 등 도정 3대 현안의 성공을 기원하는 산행으로 교육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교육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유-답’ 프로그램, 이 ‘유-답’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주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당신에게 있다’는 것, 즉 ‘내 탓’이라는 뜻이다. 어릴 적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다가 어른들에게 들키면 ‘00가 했데요’하고 고자질하는 것처럼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서도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은 없고 모두가 남의 탓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잘못된 원인은 남의 탓이 아니라 바로 당신, 나의 탓이라는 것이다. 이 교육은 다른 교육과 달리 이런 내용을 상황극을 통해서 피 교육자에게 감정이입을 시켰다. 그간 우리는 직장 내에서 업무적으로, 아니면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꼬이면 모두 상사 탓이고, 다른 직원 탓이라고 생각해 왔다. 또한 집에서도 아이들이 말썽을 피거나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남자들 대부분은 ‘당신은 도대체 집에서 뭐 한거야?’ 하며 모든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등장인물 중 주부의 답답한 심정을 고백하는 독백연기를 보면서 지난 30여년 세월 동안 필자 자신이 살아 온 부끄러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정에 복받쳐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후회의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직원들 탓만 해 온 것은 아닌지, 또 집에서 이런 저런 일로 갈등이 생기면 모두 집사람 탓만 해왔던 필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였고 그동안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요즘 전주시내는 3개월이 넘은 시내버스 파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더구나 아직 실마리는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라도 사업자 측이나 노동자 측이나 한발 물러나 시민의 발을 묶은 이번 파행의 원인이 '내 탓이요'라고 반성하고 하루속히 정상화 시도를 고대해 본다. 또한 우리 모두 평소 ‘내 탓이요’ 외치며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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