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6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여름휴가를 떠나자
김철모/시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통상 여름휴가는 7월20일에서 시작하여 8월15일 정도면 여름휴가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사무실에서도 휴가를 떠나는 동료들로 빈 자리가 하나 둘씩 늘기 시작한다. 여름휴가는 아무래도 더운 여름날을 피해서 가는 것이지만 유독 우리네 휴가 문화는 일년 열 두달 중에 무더운 칠팔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아이들의 여름방학기간과 연결되어 이때 밖에 갈 수 없는 사정이 휴가를 여름으로 집중시키는 요인임에는 분명하지만 휴가는 여름에 떠나는 사람이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는 듯 하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날이면 어릴 적 변산 해수욕장으로 형들을 따라 나섰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된다. 캠핑에 대한 장비하나 제대로 갖추진 못한 때라 텐트는 당시 군용 삼각텐트를 하나 준비하고 대여섯 명이 떠나기 일쑤였다. 배낭과 야전삽도 군용에다 코펠과 버너가 없던 터라 집에 있던 솥단지에다 버너는 석유버너를 싸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6. 25 전쟁 피난민의 살림살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엊그제 업무적으로 변산 해수욕장을 방문한 필자는 국립공원지역으로 묶여 어릴적 상황보다도 더 초라해버린 해수욕장을 보고 나니 당시의 영화가 사라져 뒷맛이 씁쓸하였다. 지금 변산 해수욕장은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황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제 국립공원지역에서 일부가 해제되어 개발의 여지가 생겨 퍽 다행스런 일이다.
산언저리에 자리 잡은 그 당시 우리 자리는 숲으로 우거져 보이지 않았지만 천혜의 요새였다.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시간 맞춰 수돗물을 배분하였고 이를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그날은 바닷물로 쌀도 씻고 밥물도 봐야 했다. 그 어느 날인가 같이 간 동네 형이 해수욕하다 시간을 제대로 못 맞추는 통에 바닷물로 밥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날의 누룽지는 최악이었다. 과연 바닷물로 밥을 지어 먹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 그대로 그날의 누룽지는 소금 누룽지이었으니 말이다.
여름휴가는 아무래도 바다가 최고 있듯 하다. 깊은 산 계곡도 좋고, 물놀이 시설도 있고, 냇가 물놀이도 좋기는 하지만 젊음이 넘치고 밤바다와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휴가 문화가 많이 달라져 텐트를 이용한 캠핑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콘도나 펜션에 숙박하면서 그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곳은 바닷가임에는 분명하다.
여하튼 바다이건 계곡이건 이쯤되면 여름휴가를 떠나 그동안 사무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지친 심신도 추스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자~ 떠나자 여름 휴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