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9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입추와 말복사이
김철모/ 시인
세월은 말없이 흐른다. 종착역은 분명 있으련만 정차역이 없는 열차처럼 전력 질주하고 있다. 유독 다른 해와 달리 일찍 시작한 맹위를 떨치던 올 더위도 그 기세가 꺾일 절기를 맞고 있다. 24절기 중 열세 번째 맞이하는 입추지절이 되었기 때문이다. 입추(立秋)는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의 장막을 걷고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주곡이 된다. 지난 봄 입춘(立春)으로 한해를 시작한 올 24절기는 입하(立夏)를 맞아 전성기를 누리다가 이제 금주 월요일 입추로 시작된 가을의 절후는 처서, 백로, 추분으로 이어지면서 한로, 상강으로 그 계절을 마감하고 겨울을 시작하는 입동(立冬)을 맞게 된다. 다들 더위를 피해 떠났던 여름휴가도 이번 주를 고비로 소강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통상 광복절인 8월15일이 지나면 바닷물의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해수욕하기도 적절치 않고 산에서 야영하기도 추위를 대비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또한 24절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고유절기로 내려오는 삼복중에 마지막인 말복(末伏)은 초복이 하지로부터 3번째 경일(庚日)이고, 중복이 4번째 경일에 오는 것에 반해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에 오는 것으로서 입추와 함께 더위가 다 갔음을 알리는 중요한 계절 변화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즈음이면 뜻밖의 복병, 사리가 도사리고 있다. 사리는 한 달에 음력 2~4일과 17~19일, 28~31일 등 셋 차례 생기며 사리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때가 음력 7월 보름 전후인데 백중 부근에 사리 현상이 드높다 하여 '백중사리'라고 부른다. 올 백중사리는 말복 다음날인 오는 8월 14일 전후로 바다의 수면이 올라가는 이 현상은 태양과 달의 위치가 지구-달-태양 또는 태양-달-지구일 때 태양과 달의 인력이 합쳐져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겨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바닷물의 수위가 최고치로 올라가 낮은 지대 농작물은 침수 피해를 입게 되는데 서해안 등 우리관내 군산이 가끔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입추가 지나면 계절의 변화와 함께 우리 농촌에서는 막바지 더위를 벗 삼아 병충해 방제 작업으로 한해 농사 마무리를 서두르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맞이하는 태풍을 이겨내면서 가을걷이를 준비할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더위의 막바지, 이 기간동안 지난 두 번의 복날에 복달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은 말복 달임 잘하여 더위를 이겨내고, 떠났던 여름휴가의 여독과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하루빨리 날려버리고 각자 본연의 일터에서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입추와 말복사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