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3월에는 섬진강으로 나가보자

goldenfiber 2012. 3. 10. 18:25

 

 

3월에는 섬진강으로 나가보자

김철모 / 시인



조용한 물줄기 포근하게 감싸 안아/ 고향 같고 어머니 품 같다 / 꽃바람 몰고 온 봄비 남해에서 일은 바람이/ 섬진강 줄기를 타고  연어처럼 상류로 흐른다 / 덩달아 나선 구름 지리산 병풍자락 걸치다/ 매화 마을을 휘 감고  또 다시 바람 따라 나선다 / 매화로 천지 뒤덮고 벚꽃으로 세상 물들여 / 사람들로 화개장터 불러 모으더니 / 재첩 국 한 대접 탁주 한 사발 / 한 바탕 왁자지껄 / 팔도사투리 경연 대회 할 거다./ 이상은 필자의 시집1권 ‘그리운 고향 지사리’에 실린 ‘3월의 섬진강’이라는 시 전문이다.

필자는 매년 3월이면 섬진강으로 나간다. 매화, 산수유, 벚꽃 등 꽃구경도 구경이지만 섬진강에 나가면 봄을 맞이하며 자연의 새 생명력과 희망을 볼 수 있어서이다. 본디 섬진강은 우리관내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사선녀의 전설이 서린 오원천을 지나 산 따라 들길 건너 임실 옥정호 섬진 댐에 몸 갇혀 잠시 숨 고르다가 호수 골골이 가득 배 채워 봄 여름, 가을 겨울 햇빛으로 기 받으며 가쁘게 내쉰 숨, 선녀의 구름 옷 산자락 드리우고 옥정호에 입 적시더니 순창 요강바위를 거쳐 남원에서 흐른 요천 물과 합수하여 전남구례, 곡성으로 달려 산수유 물들이더니 경남하동과 전남광양을 사이에 두고 흘러 남해에 자신의 꿈을 펼치는 강이다. 장장 225키로미터 대장정의 길을 쉼 없이 달리는 섬진강은 고려시대 1385년(우왕 11)경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고 하여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여러 종류의 강이 있지만 이처럼 산과 계곡을 따라 주민의 애환을 실고 오밀조밀하고 굽이굽이 지역의 향내를 다 받으며 바다로 몸을 부리는 가장 운치있는 강은 섬진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위가 심했다. 이제 그 두터운 옷을 벗어 던지고 섬진강에 나가 봄을 맞아 보자. 그러면 새 삶을 발견하고 질긴 생명력과 밝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칩이 지났어도 수은주가 아직도 영하로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섬진강에 나가 남해에서 일은 훈풍을 타고 올라오는 봄을 맞이한다면 겨울도 계속해서 고집하지 못하고 남풍의 기를 받은 우리의 입김에 못 이겨 냅다 북으로 도망 갈테니 말이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고 온 들녘에는 풍년가가 넘치며, 어디에서나 개운한 맘으로 새롭게 일하는 일터 분위기를 잡아보기 위해 3월은 섬진강의 기를 받아 본격적으로 금년을 시작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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