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5월과 어머니

goldenfiber 2012. 5. 1. 13:09

 

2012년 5월 1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5월과 어머니

김철모 / 시인


70여년 전/ 장손 집 맏며느리로 들어 와/ 7남매 시동생, 시누이 남혼여가/ 8남매 자랑삼아 키우셨습니다./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바른 말 잘하기로 이름나/ 여섯 며느리로 부터/ 후한점수 한번 못 받던 어머님/ 이제는 포기 하려는지/ 굳게 입을 다무셨습니다./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이제야 마음속에/ 꼭 담아 두시런지/ 초점 잃은 멍한 눈망울/ 기력 잃은 입가에/ 깊은 시름만 가득 한 채/ 침묵의 시간 지키고/ 가끔 정신이 들어 온 즈음/ 막내아들 손 꼭 잡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 주체 못합니다./ 지나온 90 평생만큼이나/ 골골이 패인 깊숙한 주름계곡/ 자식새끼 기르며 깊이 담아 온/ 천엽(千葉)같은 사연들/ 할 말도/ 전할 말도 많을 법 한데/ 시름시름 앓던 노환(老患)의 여파인지/ 입심 좋은 당신의 모습/ 이제 볼 수 없습니다./ 이상은 필자의 시집 1권 “그리운 고향 지사리”중 ‘어머니의 침묵’ 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어버이날이 있는 달이다. 더구나 필자의 작고하신 부모님 모두 5월에 세상을 떠, 필자는 5월과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5월이 되면 다른 달과 달리 필자의 가슴은 늘 터질 듯, 어머니가 보고 싶고 고향 땅이 그리워진다. 누구나 없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정스러움이 없겠는가마는 필자의 경우 8남매의 막내로 자라나 유달리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있는 듯 하다. 어머니 나이 마흔세 살에 막내를 봤으니 애처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였겠지만 필자의 기억으로 잔병치레가 많으셨던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당신이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생각이 드셨던지 유달리 필자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막내가 커서 방하나 얻어 살림살이를 분가시킬 때도 아쉬워했고, 직장따라 전주로 이사 올 때도 안 잊히시는지 좋으면서도 아쉬워했다. 강단으로 버티시던 어머니가 말년에 생각지도 못한 치매를 얻어 입을 담으신지 1년만에 세상을 떠나던 날, 정작 그렇게 애처럽게 키워왔던 막내아들이었던 필자는 당신의 운명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명절 쇠고 고향 집을 떠나 올 때 지팡이에 의지하며 동구 밖까지 나와 눈물바람으로 늘 배웅하셨던 어머니였는데.... 뭐 그리 바삐 산다고 정작 당신이 생의 끈을 놓고 떠나실 때 식어 가는 그 손 하나 잡아 주지 못했는지 지금도 마음이 쓰라린다. 이제 때늦은 후회지만 옛말에 ‘자식낳아 키워봐야 부모맘을 안다’고 한 얘기가 명언임을 다시금 느끼는 5월이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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