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포고복(含哺鼓腹)의 꿈
김 철 모(시인, 전 익산시부시장)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바뀌면 모두가 새해 소망을 빈다. 지난해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의 새해 소망을 담아 올해는 반드시 이를 이루겠다는 다짐을 누구나 해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못다 이룬 지난해 꿈을 털어버리는 해넘이도 하지 못하고, 새해 소원을 비는 해맞이도 취소한 마당이라 그 다짐은 각자의 집에서 그리고 가족과 함께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리라. 필자도 꼭 이뤄지기를 빈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해였다. 과거 어떤 해가 이처럼 시쳇말로 죽 쑨 시절이 있었을까. 국민 모두가 힘들었던 한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신종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국 어디고 안전한 곳이 없었다. 도내 확진자는 년말기준 850명을 넘어 섰고 안타깝게도 사망자도 11명이나 되었다. 정읍지역은 확진자가 36명을 육박하였고 고창지역은 11명이 넘어 섰다. 코로나 광풍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사람들의 입과 코를 막고 말문과 함께 가족 간의 왕래 길도 막아섰다. 더 심각한 것은 그나마 어려웠던 지역경제를 올 스톱시킨 것이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식당과 카페 등은 파리를 날리고 그나마 어렵게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말았다. 지역경제에 나름 큰 역할을 해왔던 지역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업종들도 덩달아 빈손을 쥐게 만들어 버렸으니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가. 더구나 태풍 등 기후변화는 벼 작황과 과실 작황을 형편없이 만들어 농민들까지 힘들게 하여 더 더욱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당분간 코로나 추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구치소 등 주로 집단시설 등에서 나오고 가족 간 전염도 심해지고 있다. 백신공급도 그렇고 치료제 또한 당장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믿는 것은 각자 조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여기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그나마도 힘든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2021년 올해를 흰소 띠의 해라 한다.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자수성가한 운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또 근면, 성실, 건실하고 말수가 적고 참을성이 뛰어나다고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절망하지 말고 올해 흰 소띠의 기운에 편승해보자. 참으로 어려운 때, 2021년만은 주민들이 역병의 악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각자의 생활전선에서 전념해서 각자 보람을 찾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권력기관 개혁도 좋지만 백성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1890년대 이 땅에 우리 선조들은 소박한 꿈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함포고복(含哺鼓腹)의 꿈이었다. 부족함 없이 배부르게 먹고 배 두드리는 꿈 말이다. 그러나 그 선조들은 앞을 내다보지 못한 위정자를 만나 그 소박한 꿈마저 이루지 못하고 타향의 산천에서 이름없이 무수히 쓰러지면서 흘린 피가 지금도 그 꿈을 부르고 있는 듯하다. 신축년 한해, 지역내 현안에 대해서 주민과 행정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토의와 의견교환을 통해서 최선책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 눈앞이 아니고 좀 더 멀리 보는 지역발전의 묘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온기가 넘치는 공동체, 사람의 정이 넘치는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2021년만큼은 모두에게 함포고복(含哺鼓腹)의 꿈이 이뤄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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