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고향을 찾습니다

goldenfiber 2006. 1. 26. 09:27

고향!

 

말만 들어도 들뜨는 마음의 고향

내가 태어나고 내가 뭍일 그곳이

마음에서 멀어지고

행동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 어릴적

우리 모두의 코흘리게 추억이 묻어 나는 곳

그래서

언제 가도 포근하게 나를 감싼다

 

팔광사리가 있었고

오징어 사리가 있었고

밤마다 숨박꼭질이 있었다

 

옷뺏기 놀이가 있었고

새금파리로 만든 동전 아닌 동전으로

새금파리 따 먹기를 했던

 

패치기와

장사(가계)놀이가 펼쳐지던 곳

 

여름에는

쇠죽골과 뒷 방죽이

우리의 수영장이자 사워장이 되었고

 

겨울엔

넓디 넓은 마당 눈 다 갖다가 집앞 논에 쌓아 놓고

눈 자동차와 미끄럼틀을 만들어 우리는 신이 났다

 

궁끼(군기)사리는 왜그리 재미 있었던지

작대기 하나가 군기를 몰고 다니다

육군 대장한테 걸리면 끝

 

지금은 그 자취를 잃고 논으로 일궈진

우리집을 중심으로 부굴떡 진장이떡 집앞을 도는

동네 릴레이 코스에는

지금은 당초 찾아 볼 수 없은

선의의 경쟁이 있었고

촌에서 태어난 우리의 건강이 있었다

 

새내끼로 끄는 기차놀이는 어쩌고

자치기는 또 어쩌고

 

여름날 개똥불 벗 삼아

집 앞에 밀대 자리 깔고

동네 어른 들의 옛날 도깨비와 물자세를

같이 했다는 귀신 얘기와

혼 나가는 것을 봤다는

그 분들의 거짓말같은 경험담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었던...

 

지금은

다 사라가버린

정원 대보름을 앞둔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

탑생이와 불쌈에서는

자갈 길이 있었던 우리가

투석 전에는 단연 유리 했었다

 

텅날가시에서

저녁마다 모여

인생을 논하고,

나라의 운명을 논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쾌거를

라디오를 통해서 듣고 날 뛰던

그곳이 바로

내고향 지사리다

 

앞산이 휘어보고

신선대와 매봉재가 기를 불어 넣어 주는 곳

그리고 서당봉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곳

 

이웃 고부 양지까지 칙캐러 갔다가

곡갱이 빼았기고

멋 나오게 도망와야 했던

그리고

헛탈 감으로 돌아 오던 그곳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지사리니라

 

지금은 하얀 눈으로 모두를 덮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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