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후로 소설(小雪)이 지난 다음날
우리나라에 가장 명절(?)인 수능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모두가 숨도 제대로 못쉽니다
비행기도,
열차도,
버스도,
그리고 퀵서비스의 아저씨도
그날만은 경적을 울리지 못합니다
1년의 농사
아니 초등학교 6년에
중학교 3년에
그리고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의 농사를 결산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그들이나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옆에서
봐야 하는 가족은
그 누구도 그들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로
직업을 결정하고
인생을 결정하고
뒤를 이를 2세에게
자신의 정형화된 모습을 전해야 하는
우리가 정하고
우리가 원칙을 세우고
우리가 감독하는
그 틀속에
그들을 몰아세워 놓고
이제는 모두들
안타깝게만 보고 있습니다
걸치고 있던
모든 걸
모든 굴레를
다 벗어 버리는 것같은
그들에게
이제는
따뜻한 손을 잡아 주는
그런 여유가 우리에겐 필요한 때입니다
해방감에 충만하지 않도록
실패의 쓴맛에 물들지 않도록
일시 거둬들인 쾌감에 빠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