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들어 첫 연휴이자 공휴일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의 비가 내리고
시골은 여기 저기에는 막바지 고추 모종과
곧 다가올 모내기를 앞두고 논물 가두기에 여념이 없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산한 도심과 달리
시골의 모습은 제철을 만난 모기처럼
논으로, 밭으로 바쁘다.
열흘만에 찾은 시골은
송화가루에 마당이 노랗게 물들고
서당봉, 앞산의 나뭇잎 색깔이
비 온뒤라 그런지
연두색으로 옷 갈아 입고 화색이 달아 졌다
어릴 적
물 잡아 놓았던 논 베미에 뛰어들어
동네 애들이 다 동원되어
뽕악이 잡고 놀았던 동네 텃 논들
엇그제만 해도 보이지않았던
독새기 풀이 곳곳에 널려 있다
성급한 몇몇 동네 어른 몇몇은
돈 다랭이를 벌써 로타리를 다 쳐놓았다
하긴 예전과 달리
이양기로 쑥 돌면 되니까
지금은 모내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게 아닌가
봄내 밤세워 논물 펄렁이 잡고
새벽부터 시작된 못찌기
정신없이 지게에 져 나가는 모잽이
장줄과 동줄로 씨줄과 날줄을 삼고
못줄잡이에 구령에 맞춰
뒷모쟁이는 정신없이 뛰어 다닌다.
"뒷모쟁이 어느 갔냐~~?"
모심는 아낙네 들의 구수한
이미자의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섬마을 선생님' 노래라도 나올라치면
모두가 합창이고
샛 밥을 재촉하는 논 쥔의 외침에
모심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은
더욱 더 빨라 진다.
뚝배기 막걸리 한 잔에
토란 몇점에 들깨 갈아 넣어 머우국 한 그릇
팥 언진 찰밥 고분 밥 그릇이 눈 깜작할 사이 사라진다
나랏님 밥상이 이렇게 걸 수 있을까
시내 요정의 술상이 이런 기분을 낼 수 있을까
모심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 배가 앞에서 뒤로 이사가는 날이다
누구네 집이라 할 것없이
누군든 논두렁에 절벅허니 걸터 둘러 앉아
이야기꽃으로 새참과 점심을 감추고 나면
보름달만 하던 논 다랭이가
상현 달이 되고
이내 초승 달로 변해간다.
뒤맹이골,
둥둥메,
주랏들로 이지는
고향의 모내기의 행렬은
갈선동 앞 들을 지나
가다리 들을 거쳐
평교로 뻣어
금만경 들로 달음질 친다.
5월이 다가는 날
노랗게 물들였던 보리고개의 벌판을
녹색의 들 판으로 하나씩 메구어 만들어 낸다
5월 첫 토요일
24절기 중 일곱번째인 입하(立夏)절후에 내린
여름을 재촉한 비는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5월의 고향을 여전히 바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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