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디 어린 둘째가 벌써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 형과 무려 다섯 살 터울이 있는터라 항상 어리게만 느껴졌던 둘째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이제 유치원생이 사라지고 둘 다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내 나이 또한 들만큼 들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집 같으면 큰놈과 둘째 사이에 하나가 더 있어야 맞을 법한 나이 차이 라서 큰놈이 봐주고 둘째는 어린냥 반 아빠.엄마의 후광을 업고 반 강제적으로 형을 이기려 한다.
그러나 이제 큰놈은 6학년, 작은놈은 1학년으로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이제 열릴까
세상은 자기 마음먹은 대로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기의 앞날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걱정은 또 하나 있다.
그 동안 고부 어머님(장모님)이 우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주에 오셔서 고생하셨던 것이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고부 댁으로 뒤돌아 가시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너무나 고생하시고 신경써 주셨는데 이제 그 의지도 기대도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학교에 갔다오면 빈집으로 돌아와야만 되고 혼자 집을 지키게 되었으니 또 하나 걱정이 생긴 셈이다.
학교 끝나고 유치원에 들러 점심 먹고 영어 공부하고, 학원에 가서 피아노 배우고 나면 제 형 돌아올 시간이 되겠지
그러면서도 둘째 놈 초등학교 결정에도 많은 고심이 있었다.
제 엄마 따라 원평으로 가야할까 아님 제형따라 우전초등학교로 가야 할지 그러나 둘다 문제는 있었다.
둘째가 어렵게 되었다.
형이 입었던 외할머님의 보살핌도, 부모의 관심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그동안 의지했던 벽도 듬직함도 없어지게 되었다.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주셨던 어머님이었는데...
노구를 이끌고 외손자 돌봐주시기에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제는 어른의 힘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맞벌이의 고충이 다시 시작되었다.
둘째 놈 초등학교에 가던 날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집안의 대사라도 치르는 집처럼 말이다.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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