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어디 세상일이 그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간디

goldenfiber 2006. 10. 9. 09:05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연습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운동경기에서도,군대훈련에서도,촌학교 운동회 때에도 연습이란 말이 많이 사용된다.

어느 때인가 집사람이 연습아닌 연습을 한다고 나한테 혼 난 적이 있다.


한때 집사람이 바람이 났었다.

다름아닌 현직(공무원)에 권태를 느끼고 전업을 시도하기위해 고민을 한참을 했었다.

지금은 천직으로 알고 기회 닿는데까지 다니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첫애 낳고 직장다니기가 힘들자 애도 키우면서 직업을 갖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 끝에 미용을 배우기로 했다.

미용이야 여자로서 해볼만한 직업이었고 수입도 그리 많은 투자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직종이라 더욱 그랬다.

 

큰애가 너뎃살 먹었던 때 였던가

지금도 가끔 전업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땐 한달여 동안 열심히 배웠다.

낯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집근처에 있는 미용학원에서 이론이다, 실기다 열심이었다.

금방 해결을 볼 것 같은지 피곤한지도 모르고 매우 열심이었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희망이 더 커진 집사람은 곧 직장을 정리할 것만 같았다.

퇴직금을 계산해보고 어디에 이용실을 낼건가 장소도 물색하고... 

 

그러나 세상은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주지만 않았다.

실기에서 낙방의 쓴맛을 보고 지금까지 좌절한번 겪지 않았던 집사람으로선 큰 충격이었다.


그 어느날인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나는 기겁을 했다.

화장실에서 집사람이 첫째놈 이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은 가관이었다.

첫째놈 머리가 기울어진 민둥산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동안 배운 실력을 총동원하여 자식을 대상으로 임상실습을 하던 터에 내가 들어닥친 것이다.

 

아직 부족한 실력을 가지고 막상 실습을 하다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모습은 우습게도 거이 까까머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큰놈 이발비 좀 절약할까 했던 모양인데 한쪽이 많이 깍인 것 같으면 반대쪽을 조금치고 또 그곳이 서운하면 반대쪽을 또 치고....


이러나보니 정상적인 머리스타일은 간데없고 점점 민둥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작품이라기보다는 큰애의 이미지를 완전히 구겨놓아 버렸다.

자식하나 버리기 천하 쉬웠다.

내가 벼락을 냈다.

애를 버려도 유분수지 이게 무어냐고,

이것도 이발이라고 했냐며 빨리 이발관에 데리고 가 다시 깍으라고...

그러나 집사람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애를 데리고 이발관에 갈 수 없는 정도로 말이다.


별수 없이 모자를 씌워 내가 늘 다니던 이발관에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발관에 도착하자 우리 부자의 모습을 본 이발관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시며

“머리 깍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거여”

“어디 세상일 그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간디”

“그러면 우리는 다 굶어 죽어버리라고?”

 

그로부터 큰애는 머리가 골라지기까지 이발관에서 어려운 작업을 이발관아저씨의 숙달된 기술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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