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선운산의 초가을

goldenfiber 2006. 10. 3. 21:48

 

상사화에 대한 전설이 있다

세속의 여인을 사랑했던 스님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꽃으로 환생했다는..

출가한 불자들을 맘을 대신해서

마음으로 흡모한 나머지 대신 기다림으로 머문 꽃무릇

 

붉은 빛 토하며 화려했던 시절

뒤로 접고 또 다시 파란 잎을 향한 마음 그 어디로 갔는가

 

연녹의 웃음안고 나타날 푸른 잎 꼭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그 체취 태어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해야 하는

비운의 꽃 무릇은 이렇게 가을 재촉한다

 

 

태평성대를 이루던 9월이 가는 건

꽃무릇이 생을 접기 위한 10월이 무작정 다가섰기 때문인가

 

지는 해 꽃무릇 시절은 가고 그 자취만 남았지만

성급한 단풍객들은 선운산에 발을 돌리지 않는다

 

추석 연휴의 시발이라서 그러는가

주말도 아닌데 선운산을 찾은 사람들은 산을 메웠다

간간이 마지막 가는 모습을 장렬하게 보여주는 꽃 무릇이 있어서

더욱 선운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유달리 더웠던 올해의 여름을 거뜬이 버티고

그 양분 다 말아 먹고 우뚝 선 단풍나무들이

실개천에 훔뻑 그 모습 빠져 가을 화장에 여념이 없다

 

 

 

선운산의 차밭은

빨갛게 쇠비릅이 장식하고 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뭔 차밭이 꽃이 피었다고 한번씩 다 헛걸음질을 한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도솔암까지  한없이

같은 몸에서 피어나는 잎 한번 만나지 못하는 꽃무릇이

9월을 아쉬워 하며 계속해서 따라 다닌다

 

 

이름 모르는 모녀 간의 사진찍는 모습이 물에 잔영으로 남아 정겹고

징검다리 추석연휴라서 그런지 단풍철도 아닌데 벌써 진입로를 꽉메우고 있다

 

 

이미 익을대로 익어버린 은행은 금방이라도 낙하 준비를 하고

찾아온 관광객들을 상대로

없는 것 빼놓고 다 파는 길거리 상점의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쁘다

 

복분자 쥬스가 인기가 아무래도 있는 것 같다

연탄 불에 구운 밤이며, 은행, 번데기 등등

어느 관광지던지 자리를 잡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입담이

산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음에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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