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놈이 두번째 휴가를 나왔다
포 사격 훈련을 마치고 기다란 작대기 두개를 달고 나타난 것이다
밑으로 쫄병도 하나 있다고 하고
100일 휴가 때 보다,
지난 5월말 할아버지 떠날 때 보다
훨 야위고, 시꺼먼 얼굴을 하고 정규휴가를 받아 나온 거다
한편으로는 듬직한 아들이 되어 나왔지만
야윈 모습을 바라보는 집사람은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아들 휴가에 맞춰 하계휴가를 낸 집사람은
집에서 온 종일 강원도 먼길 달려온 큰 아들에 메달리는데
애비라 하는 것은 모기도 한철이라고 인사철이라해서 맨날 야근이고 아침일찍 출근하다보니
아들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할 일 조차 없게 되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그러는지
애비가 퇴근할 때 쯤이면 아들은 밖에 나가고 집에 없고
애비가 잠들고 나면 아들은 새벽녁에 들어 온다
그리고 애비가 출근할때 쯤이면 아들은 한밤중이고....
그러니 올빼미 자식과 사는 애비로서는 자식과 조우하기란 정말 어렵다
군대가 좋아 졌다고 하나
조직문화 특성상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과 시간을 다 보장할 수 없는 터라
몇개월만에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해우는 긴장된 시간을 잠시 묻어두는 효과가 있을 것인데
사무실 일로 시간을 쪼개지 못하는 촌놈 때문에
많지도 않은 4명의 식구가 자리를 같이하는 가족전체 식사를 아직도 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비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촌놈의 신세가 가련하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여
8월 하순경 곧 있을 을지연습을 준비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제가면 또 다시 몇개월을 보고 싶어도 참아야하고
같이 가족애를 나누고 싶어도 훗날로 미뤄야 한다
오늘도 아들은 야간 출근(?)이란다
야행성 동물처럼....
올빼미를 낳아 놓은 것인지
자식을 낳아 놓은 것인지
오늘은 학교 자유학습을 끝내 둘째와 셋이서 부안 격포쪽으로 한바퀴 돈다고 한다
애비는 바쁘다 핑계로 빠지고
두 아들과 집사람만이서 드라이브를 간단다
약을 올리는 것인지,
사람 미안하게 하는 것인지
애비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하루다
내킨 김에 정읍에 외할머니도 뵙고
세 모자가 영화 한프로 본다 하니 그 집안 걸사 하다
오늘도 영화 보고나서 다시 올빼미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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