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두번째 휴가를 마치고 돌아간 아들에게

goldenfiber 2007. 8. 19. 11:50

 

사랑하는 아들!

 

유난히 더웠던 올해의 여름도 입추와 말복, 처서로 이어지는 절후 앞에 서서히 무릎을 꿇는 것 같구나

 

아들이 두번째 휴가를 받아 작대기 두개를 떡 달고 나타났을때 아빠는 사무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가보지 못했구나

 

휴가나와 있는 일주일 동안 단 한 차례 해물탕 한그릇 같이 먹었던 것이 아들과 아빠가 같이한 시간으로서 전부라는게 아빠로서 부족하고, 아빠 맘이 편치 않는구나

 

사람 산다는게 이런 것인지

모처럼 군에서 나온 자식과 제대로 한가한 시간, 식사 한끼니 못한다는게 다른 사람들로는 이해 안되는

부분이다만 아빠로서도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미안하기 짝이 없구나

 

닫혀진 조직에서 잠시 벗어나 고향 부모곁에 잠시 다녀가는 시간이다만

늘 니 옆에는 애비라는 그림자는 없었구나

 

달리 생각하면

네가 휴가 일정을 좀 당기던지

아님 좀 늦게 나왔더라면 그래도 없는 시간이지만 아빠가 시간을 내어 같이한 시간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핑계같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으니 어찌하랴

 

군은 군대로 정해진 스케줄이 있고

아빠대로 사무실에서 쫓기는 시간이 있으니 이게 같이 합이 든다는게 쉽지 않다

 

사랑하는 아들!

 

네가 떠난 뒤 저녁 늦게 귀가하여 벗어 놓은 네 운동화를 보는 순간 다시금 눈물이 핑 돌더구나

 

불과 오래되지 않은 시간

작년 추운 겨울 날 너를 춘천 102보충대에 놓고 돌아오던 아빠의 맘과

그 며칠 후 27사단 신병교육대에 들어 있을쯤 돌아온 싸늘한 옷가지와 나란히 놓인 니 신발을 보면서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엄마와 같이 보고 싶은 아들을 생각하며 울부짖었던 그때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걸 느끼면서

또 한번 아빠는 속으로 울고 말았다

 

아들 !

이제 바로 이어서 이번주 을지연습이 시작되고, 유격훈련이 있다고 하더라만

군인이라면 한뻔쯤 다 거치는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편하고 맞았으면 좋겠다

군인이 자주 훈련하는 것은 강인한 군인을 만들기위한 것이기에 그렇다

훈련을 하는 그 순간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고 이야기 거리가 될 터니

맘 편하게 생각하면서 임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네 밑으로 동생같은 후임병들이 들어 왔다니

네가 할 것은 네가 하고 후임병들한테 잘 대해 주거라

그 전우들이 곧 사회의 친구로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네 휴가 시간에 갖이하지 못한 아빠가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금 전한다

 

9월 말쯤 엄마와 시간내어 네가 근무하는 군대에 한번 찾아 가보마

그리운 우리 아들도 보고, 아들이 같이 근무하는 전우들도 보고 ....

 

아들 사랑한다

운전 조심하고 듬직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군인 되거라

그럼 건강하게 그리고 열심히 하거라

 

2007. 8 19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