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나 어릴 적 1

goldenfiber 2008. 3. 19. 08:30
 

나 어릴 적 1


촌놈은 정읍에서10여 km 떨어져 있는 시골 면소재지에 있는 영원국민학교를 다녔다.

집하고는 2km남짓 거리가 있는 곳이었고 그때는 도로포장은 고사하고 사리부설도 제대로 않된 자갈 길이었다.

지금부터 벌써 36여년전 일니까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까지 일이다.

지금 같아서는 차로 한숨에 달려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때는 어린 마음에 왜 그리 멀리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마 지금은 도로를 확.포장하면서 곧게 바로 잡았지만 그 당시는 도로가 구불구불했던 것도 그런 생각을 갖게한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치기라도 하면 지금처럼 옷가지가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그 추위는 견딜 수 없었고, 학교자체가 가기 싫어 졌다

쇠다리목(아마 지금 생각하면 시멘트로 만든 다리라 해서 회로 만든 다리를 전라도 발음으로 불렀던 것으로 판단)에서 친구들과 제방 밑을 따라 조금이라도 북풍을 피해 집에 와야만 했다.

그렇지만 학교 다니는 길은 겨울의 싸늘한 기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는 학생수도 많았다.

지금 기억에 전교생이 1,500여명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해가 않되는 학생수이다.

누가 그렇게 많이 낳았는지...

 

지금은 두메산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쪼드릴대로 줄어든 현대화 건물로 치장된 학교로 변모하고 있지만 과거 면소재지에 있는 어릴적 다녔던 학교의 웅장함은 이제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마을마다 애향단(그때는 이것이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애양단’이라 무름)이 조직되어 왔고, 학교에 등교 시간이 되면 마을 앞 있는 텅난가시(지금도 무슨 뜻인지 모름, 어릴적부터 그냥 불러온 나무도 없는 평범한 임야임)나 우리집 큰밭 어귀의 묘자리에 모여 남학생,여학생 할 것없이 두줄이나 한줄로 서서 학교까지 행군아니 행군을 하게된다.

그때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가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는 내용의 ‘예비군의 노래’ ‘진짜 사나이’ 등 군가가 대부분이었다

아마 이런 모습은 가끔 북녘의 TV를 보다보면 학생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군사문화의 잔재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릴적은 그것이 다였고 너무나도 당연시 되었다.

왜냐하면 동네 형들도 그랬고 촌놈의 밑으로 또 그랬으니까...

마을마다 학교를 향해서 줄을 맞춰 행군을 하고 좋은 뜻에서 보면 등굣길에 있을 수 있는 교통사고 예방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토요일이면 수업이 끝나고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모인다

그리고 합동 종례가 실시되고 그리고는 마을별로 다시 학생들이 집결한다

그때만 해도 숫자가 많은 마을이 부러울때였으니까 세를 과시하듯 군가를 부르며 각자 고향(마을) 앞으로 가 ...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나란히 나란히 서서 말이다

검정고무신에 책을 책보에 둘둘말아 허리에 차고, 5~6학년은 책이 좀 많아 책보를 한쪽 귀만 묶어 어깨다 메는 형태로 가방을 대신한다

한동네에서 한, 둘 정도나 운동화를 신었을까

5학년때인가 정읍고모 덕분에 가죽으로 된 가방에 책을 처음 넣고 다닐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운동화와 책 가방은 꿈에서나 만져 볼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되었다.

검정고무신에 그것도 밑창이 달대로 달아 구멍이 뚫리고 구멍 뚫린 검정고무신은 고부장에 가서 자전거 튜브를 이용하여 한번 수선을 하여 다시 신게 된다

누구나 자전차 튜브헌 것을 오려 그 뚫어진 고무신에 본드로 붙여 다음 명절때 사주실때까지 유지해야 했었다

 

그때는 왜 그리 신발도 잘도 잃어버렸는지

새 고무신을 인접 면에 댓새마다 서는 고부장에서 사오면 아버지는 헌 우산대에 불을 달궈 안창에 불도장을 찍어 놓는다

‘이것이 내것이요’하고

그래야 잃어버려도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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