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김윤석의 ' 거북이 달린다'

goldenfiber 2009. 7. 1. 08:35

시골형사와 희대의 탈주범과의 한판 승부

 

스릴과 긴장감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인간미가 물씬 넘치는 휴먼 드라마 같은 영화

타짜와 같이 늘 주먹세계의 대리인처럼 나오던 김윤석이 모처럼 범죄자를 추적하는 형사로 나온다

 

희대의 탈주범을 눈 앞에서 놓친 시골형사 조필성(김윤석 분)

전국을 농락하며 신출귀몰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 분)

만화방을 운영하면 근근이 살아가는 5살 연상의 시골형사의 부인(견미리 분)

탈주범 송기태가 끝가지 포기하지 않는 송기태 내연녀 경주(선우선 분)  

그리고 조연과 단역들

 

이연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도 어록은 남는다

'또 너냐? 다음엔 죽는다'

'지발 잡히지 마라. 너는 내가 잡을거여'

탈주범과 형사가 나눈 대화다

 

무대는 충남 예산

날렵한 형사라기보다는 시골 아저씨같은 조필성

경찰의 본분에 충실하기보다는 지역 주민의 청탁을 받고 적당히 처리해주면 부수입을 얻고자 했다가 정직 3월을 먹고

지역 축제인 소 싸움에 관심이 더 많은 형사였다

 

목돈에 탐이 나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조필성은 푼푼이 모아 놓은 마누라 쌈짓돈을 훔쳐 소 싸움에  걸게 되는데

모처럼 찾아 온 마누라한테 큰 소릴 칠 기회가 찾아 왔나 했지만 조필성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

갑자기 시골에 나타난 어린 놈 송기태한테 함께 소싸움을 모의했던 일행이 돈 보따리를 몽땅 털리고

그 뒤를 쫓다 만난 적수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주범 송기태,  조필성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아침에야 정신을 차린 조필성은 경찰서에 들어가 송기태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잃어버린 돈도 찾고, 모처럼 딸래미 앞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동네 친구들과 은신처인 송기태의 내연녀 다방 레지 경주 집을  덮치지만

이번에도 보기좋게 당하며 손가락까지 짤리는 수모를 겪게 되는데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예산경찰서 강력팀은 탈주범을 놓쳤다는 무능한 시골형사로 전락하고 만다

 

광역수사대가 투입되고 형사직에서 물러난 조필성은

그 놈을 반드시 잡게다는 각오로 경호용 총을 구입하고 무술을 연마하며, 광범위하게 수사망을 확대해 나간다.

동네 친구들과 치밀하게 뒤를 쫏던 조필성은 탈주범 송기태가 어선을 통해 해외로 밀항하려한다는 정보를 알고 추적하지만

또 다시 송기태 두뇌 회전에 따라가지 못한다

송기태는 벌써 어항을 빠져나와 아내와 딸래미들의 생명을 위협하겠다고 전화를 하는 송기태,

 

형사 조필성은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소싸움이 열리는 그 장소에서 단 둘이 한 판 승부로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송기태는 밀항하는데 여권이 필요하고, 조필성은 몸값이 걸려있는 송기태의 몸이 필요했다

경호용 총으로 먼저 복부를 공격한 조필성은 이내 총을 버리고 체육관에서 익힌 특공무술 공격법을 이용해서 맨손으로 승부를 노린다

소 싸움장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결국 시골형사 거북이 조필성은 결승점을 통과한다

 

형사로써 탈주범에게 늘 보기 좋게 당하고, 구겨질대로 구겨진 자존심, 누구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주위

그것들이 조필성을 승부의 세계로 끌어 들이고

결국 그 속도를 잃지 않고  끈질지게 달린 거북이는 토끼와 달리기에서 결승점에 먼저 도달한다

    

 

탈주범으로 나온 정경호는 낮설지만 이미지와 다르게 역을 제대로 소화시켰고

'내조의 여왕'에서 사장 부인으로 나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 보였다 선우선이 여기에는 탈주범을 사랑하는 애인역을 잘 해냈으며

김윤석의 털털하고 후덥한 형사 연기가 이 영화의 맛을 더한다.

 

이 영화는 탈주범과 형사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스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오늘날 살고 있는 4~50대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에서 남편으로, 애비로서 제자리를 차지 못하는 아버지,

조필성 형사의 모습은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영화, 비록 날쌘 형사는 아니어도 따뜻한 가족애를 나누는 영화,

객지에 있다가 또 하나 고향을 찾아 온 것 같다.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하지 않을 정통 스릴러 '용서는 없다'  (0) 2010.01.11
도술의 극치 '전우치'  (0) 2010.01.03
극에서 극, 박쥐(Thirst)  (0) 2009.05.18
내조의 여왕  (0) 2009.05.06
우리의 부모 '워낭소리'  (0)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