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약국 벽시계
가파른 60고개를 넘는 말초초침은
시간이 갈수록 헐떡 거린다
앞으로 둘 발짝
뒤로 한 발짝
한발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하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80을 지나고
90을 넘을 때
온 몸을 뒤틀며 발버둥치다
반환점을 넘고서 한 쉼을 돌리지만
또 다시 닥쳐올 황혼을 걱정하며
하루에도 천사백 사십번의
숨가쁜 고비를 넘겨야 한다
맥박이 고르지 않는 이병
김약사는 고칠 수 없는 병일까
2. 금강 하구
쓸쓸하다
을씨년스럽다
썰물이라 감정은 더 더욱 메말라 간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고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전라도와 충청도가 만나는
재회의 자리
서울사람들 놀래 킨
백호년의 강추위도
유유자적 금강하구를 떠도는
오리 떼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하얀 고깔 둘러쓴
주인 잃은 고깃배
갯벌에 배 깔고
오늘도 바다를 지키고 있다
만선의 꿈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