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을
김철모/시인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 졌어요 / 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실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란 유행가의 한 대목이다. 무명의 가수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이 노래는 ‘바람이려오’와 함께 ‘북풍 81’로 데뷔한 이용이 1981년 발표되어 국민적 반향을 일으켰던 노래다. 당시 20대 초반에 있던 필자의 나이 또래는 물론 많은 연령층들이 이용의 가슴 아프면서도 애절하고 또 그의 열창에 그리고 가사에 반해서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이 노래를 불러댔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필자의 연령층에서는 당시 얼마나 유행했던지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노래에 대한 본래 사연도 많다. 노래 가사는 작사가인 박건호의 실제 있었던 실연의 얘기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고, 당초 가수 조영남이 부르러 녹음까지 다 해 놓았다가 앨범출시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용으로 넘어갔고, 가사 또한 구월의 밤을 출시가 늦어지면서 불가피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고쳐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을이 홍시처럼 빨갛게 익는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가사가 바뀐 것이 퍽이나 다행스런 일 아닌가.
분명 ‘잊혀진 계절’보다는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노래는 당시 나라의 부름에 따라 부모와 고향과 친구를 뒤로 하고 떠나야 했던 친구들의 이별가로 더 많이 불리어졌다. 이 노래가 당시의 젊은 층에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애달픈 노래가사도 가사였지만 이 노래가 바뀐 가사처럼 깊어가는 10월의 가을 밤과 잘 어울려져 한참 이성을 갈구하고 실연의 경험이 있는 젊은 층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필자와 같이 비록 시골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불리어지는 유행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밤, 10월의 마지막 밤에 여러 곳에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특히 도립미술관에서는 10월의 마지막 밤 ‘달빛 소나타 3’라는 특별기획을 통해서 그림과 음악과 깊어가는 모악산 자락의 가을을 한데 어울리게 하는 자리를 마련한다하니 이런 마당에 한번쯤 연인끼리, 부부끼리, 가족단위로 어울려 분위기를 잡아 봄직하다. 여러분은 ‘10월의 마지막 밤’ 잊혀진 계절 이벤트를 한번 만들어보지 않으시렵니까?
2010년 10월 29일 전라일보 '젊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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