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9일
하늘이 열렸다
그나마도 물이 많은 샘골에
대책도 없이
주체할 수 없는
나약함으로 우리는 당했다
하루에 쏟아 진 양 420미리
정읍 역사상 처음
누구를 탓할 틈도 없이
발등을 넘던 수위는
어느덧 가슴까지 차오르고
내가 살 수 있을까
아내가 생각나고
자식이 앞을 가리고
세간이 뭐 대수인가
우선 내가 살아야지
하느님 해도 너무 허요
우리가 이 곳에서
땅 파 먹은 죄 밖에 없는데
그게 죄라면
더 퍼 부으시오
화재라면 재라도 남으련만
이놈의 수마는
아무런 자취도 없이
몽땅 털어 갔으니
우리는 뭘 먹고 살라고
방안도 가득
마당도 가득
가득한 것은 오직
한숨과 탄식
물과 진흙탕 밖에 없고
물 빠진
논을 보고 고추밭 보니
우리의 소박한
농민의 꿈은 산산이
부셔지고 말았구려
그래도 일어 서야지
우리가 누군가
동학혁명의 후예가 아니던가
힘을 내야지
우리 샘골을
다시금 세우기 위해...
* 고향 정읍 수마 현장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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