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인생살이
김철모(시인, 전 익산시 부시장)
필자는 요즘 풀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뉴스에서 대필되고 있었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각보다도 심각하게 개인적으로는 고민과 노동, 육체적 고통, 더위와 싸움, 생명체의 죽고 사는 문제, 덩달아 모기와도 혈투를 벌이고 있다. 농부와 잡초의 그런 악연은 이 세상에 쉽게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 같은 생명체, 식물로 태어나 하나는 농부의 사랑을 받으며 커나가고 있는 반면 또 하나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농부의 강제력을 동반한 재제가 가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식보다도 잡초의 생명력이 더 질기고 더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지구상에 태어났으니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살아 가야할 천부적 권리가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면서 적과 동지라는 2분법적 사고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물론 잡초들도 항변할 것이다. 우리도 터 잡고 뿌리내리며 2세를 맺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이로움을 주느냐가 선과 악을 구분짓는 잣대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한번 둘러보자. 인간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규범을 만들고 지켜지리라는 기대와 달리 그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으니 제제를 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률이라는 것을 국민의 대의기관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근거로 법을 위반한 사람을 일정기간 가두어 놓거나 과거에는 체형까지도 가해서 올바른 길로 가기를 희망해 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범법자가 넘쳐나고 있다. 스스로 지키자고 정한 그 규율을 교묘히 악용해서 남에게 재산과 신체에 해를 끼치거나 자신의 권력과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버젓하게 사회지도층이라는 가면을 쓰고 활보하는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인가.
정부가 특단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 뭐하겠는가. 명색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고 했는데도 서로 눈치나 보고 좀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는 요행수를 기대하는 상황이니 모든 대책 또한 백방이 무효일 수 밖에 없다. 정부정책을 따르라고 외치던 자신들은 서울 요지에 똘똘한 집 두어 채씩은 가지고 있으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러 채 있는 집만 팔라고 밀어붙이니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라지만 씨알이 먹힐 리 만무하다. 물론 실제 살지도 않으면서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아무리 자유 시장경제 체제라 하더라도 필요하다. 집하나 마련하기 위해 십수년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진 자의 통근 양보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수직적 형평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사람이 더 내고 없는 사람이 덜 내는 구조가 필요한 구조이다. 위정자들의 솔선수범이 먼저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나 이를 감시하는 입법부나 사법부나 누구도 예외는 없다. 국민의 몰 멘 소리에 떠밀리어 이제야 팔려고 내 놓았더니 팔리지 않는 다는 유치한 이유로 얼버무리고 있으니 일반 국민은 그걸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
잡초 같은 인생, 우리사회에 잠재우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순간의 모면을 경계한다. 가면을 쓴 적당한 몸짓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종국적으로 국민의 본보기가 되어서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는 그 사람들의 용기있는 몸소 실천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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