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성탄일
직장다니는 자식들 덕분(?)에
예수님과 같은 날 생일을 받아
미리 앞당긴 아버님 생신을 쐐기위해
부안으로, 정읍으로 하루를 소일 했다
그래도 4차선 큰 도로는 나았다
소재지와 읍면을 잇는 길은 아직도
도로에 깐밥 누른듯 달라붙듯 군데 군데
움크리고 있어서 한시도 핸들에서
손을 땔 시간이 없었다
면소재지에서 마을까지 가는 길은
말그대로 고행의 길....
이미 지나간 차들이 내놓은 차폭만한 그 길을
선택의 자유도 없이 가야하는
잠시라도 비낄라치면 눈길이
용서하지 않았다.
내가 가 본 것으로 하면
고향 정읍보다 부안이 눈이 더 와 있었다
지붕이며, 울 안에 있는 꽃밭이며
늘 푸른 향나무는 넉자는 됨직한 높이의
눈 꼽싸짐을 한짐지고 바둥바둥이지만
누구 하나 털어 줄 여력도 없다
곳곳이 무너진 폐허가 된 전쟁터처럼
눈 폭탄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아흔 하나의 아버님도 그 피해자
고향 집 허청이 눈으로 무너질 것 같아
집 뒤안에 있는 짝집으로 장대하나 찾으러 갔다가
그 순간 짝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안에 갖혀 필사의 1시간을 탈출
그 전흔이 이마는 글키고 손등은 깊게 패였다
하나터면 꼼짝없이 그 안에서 죽을뻔 했다는
아버님의 무용담같은 말씀이 섬뜩하다
생일이라도 앞당겼으니
그 소식을 한시라도 더 일찍 듣을 수 있었으리라
고향을 찾은 눈길 하루는
눈의 위력을 실감하는 하루 였다.
다행이 성탄일부터 주춤한 눈발
그래도 오늘까지 세 찬 바람은 눈보다 더 춥다
설해 복구에 땀 흘리는 많은 사람들
아마도 그 들이 있기에
눈 피해로 한숨짓는 우리네 형제 부모들의
가슴이 잠시 녹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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