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부언

눈길 하루

goldenfiber 2006. 1. 26. 12:47

엇그제 성탄일

직장다니는 자식들 덕분(?)에

예수님과 같은 날 생일을 받아

미리 앞당긴 아버님 생신을 쐐기위해

부안으로, 정읍으로 하루를 소일 했다

 

그래도 4차선 큰 도로는 나았다

소재지와 읍면을 잇는 길은 아직도

도로에 깐밥 누른듯 달라붙듯 군데 군데

움크리고 있어서 한시도 핸들에서

손을 땔 시간이 없었다

면소재지에서 마을까지 가는 길은

말그대로 고행의 길....

 

이미 지나간 차들이 내놓은 차폭만한 그 길을

선택의 자유도 없이 가야하는

잠시라도 비낄라치면 눈길이

용서하지 않았다.

 

내가 가 본 것으로 하면

고향 정읍보다 부안이 눈이 더 와 있었다

지붕이며, 울 안에 있는 꽃밭이며

늘 푸른 향나무는 넉자는 됨직한 높이의

눈 꼽싸짐을 한짐지고 바둥바둥이지만

누구 하나 털어 줄 여력도 없다

 

곳곳이 무너진 폐허가 된 전쟁터처럼

눈 폭탄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아흔 하나의 아버님도 그 피해자

고향 집 허청이 눈으로 무너질 것 같아

집 뒤안에 있는 짝집으로 장대하나 찾으러 갔다가

그 순간 짝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안에 갖혀 필사의 1시간을 탈출

 

그 전흔이 이마는 글키고 손등은 깊게 패였다

하나터면 꼼짝없이 그 안에서 죽을뻔 했다는

아버님의 무용담같은  말씀이 섬뜩하다

 

생일이라도 앞당겼으니

그 소식을 한시라도 더 일찍 듣을 수 있었으리라

 

고향을 찾은 눈길 하루는

눈의 위력을 실감하는 하루 였다.

다행이 성탄일부터 주춤한 눈발

그래도 오늘까지 세 찬 바람은 눈보다 더 춥다

 

설해 복구에 땀 흘리는 많은 사람들

아마도 그 들이 있기에

눈 피해로 한숨짓는 우리네 형제 부모들의

가슴이 잠시 녹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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