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부언

3월

goldenfiber 2006. 3. 3. 08:48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우리 생활의 패턴 시작은 3월인 것 같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잠시 주춤되었던 공사가 시작된다

겨우내 동네 사랑방에서 고스톱으로 땅을 다졌던  시골도

이제 농사 일이 시작된다

 

3월이 되면

고향 마을은 온기로 바빴다

애들 학교 준비며,

한해의 농사 준비며

동네가 다시 시끄러워져 진다

 

마을을 감고 있는 서당봉의 솔바람 소리가 달랐고

앞 잔둥의 삐비의 용트림과

앞 산의 눈빛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코수건을  가슴에 달고 입학식에 가는 어린이도 볼 수 없고

젊은이의 힘찬 기운도 이제 농촌에서 느낄 수 없다

 

고향 영원에서

가장 젊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녔던

40의 반환점을 돌아 80을 향해 달리는

코흘리개 친구들이고 보면

인적 구성에서 척박하기 짝이 없다

 

고향 영원면에 2004년 출생신고가 고작 한명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70년대 3월은

개학과 더불어 동네 애들의 힘찬 군가에 맞춘 학교 가는 행군소리가

동면하는 개구리를 깨웠지만

지금은 잘 난 도로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동네를 횡단하는 자동차 소리에

동면은 커년 잠시 졸지도 못한다는 개구리들의 하소연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세월은 사람의 풍습도 생활도 변하게 한다

 

지난 달 발렌타인데이로 요란 법석이더니

이달은 화이트 데이로 또 한번 홍역을 치룰 기세다

 

사랑은 아마도 여성 혼자만의 고백이 아니라

마주치는 남성의 고백의 회음(回音)을 강렬히 요구하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한다는 3월

나 역시도 단 꿈을 꾸 었던 방학이 끝나고

또 다시 책과의 시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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