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가 그리고 자식이 남기고 간 것들....
아들의 100일 휴가(실제로는 100일을 훨씬 넘겼지만) 4박 5일이 끝이 났다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시간들
먹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이 그리도 수없이 많았을 건데
막상 속세에 나와 보니 그것이 그것 같고, 저것이 저것 같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그 한계는 주변 여건상 별 수 없는 일이고
친구들과 그동안 못 나눴던 수많은 사연을 나누고 또 나누고 제자리로 돌아 갔다
지 엄마 생일에 일부러 맞춰 나온 다고 100일을 훨씬 넘겨 다섯달 만에
첫 휴가를 나온 것 만으로 그동안 군생활에서 얻어진 결과라 생각되기에 대견하다
(집 사람 생일 축하)
아직은 군 생활이 몸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학생 냄새와 민간인 냄새가 같이 난다
말투도 그렇고, 행동도 어설픈 픈내기 신병 아직도 군생활이 체질화 되지 않았다
입대이후 기다리고 기다렸던 자식의 휴가지만
해줄 일이라고는 맘 편하게 있다가 귀대하기를 바래는 것 밖에 없으니
애비의 맘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가
( 집사람과 부안 영상테마파크를 찾아)
(춘향제가 열리고 있는 남원을 찾아)
아들이 남기고 간 것은
또 다른 기다림이고 자식에 대한 무한한 건강이다
다행이 다정 다감한 동료와 친형과 같은 중대장을 만나 원만한 군 생활이 기대되지만
어디 군대라는조직이 집 생활과 같겠는가
(귀대 날 집 앞에서)
시간이 갈수록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서 더 알아 가고 적응해 나가는
그러면서 가족과 나라에 대한 그동안의 기본 개념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이
군 생활에서 얻어지는 본인의 자산이길 바랠 뿐이다
마지막 부대 복귀하는 날
휴가 전날에 이어 아침 일찍 중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 그동안 범석이게는 별 일 없었죠?'
' 오늘 복귀하는 날인데 시간 늦지 않고 복귀 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요지의....
오후 1시에 전주 집을 출발한 우리는
어린이 날과 겹쳐 점점 더워지는 날씨 만큼이나 고속도로의 주말 교통 체증으로
5시쯤에야 원주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저녁 밥이라도 먹여서 부대에 들어 보내려는 부모 맘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늘 이런 시간대에는 애비와 아들은 서로 다른 감정을 갖게 된다
자식은 단 몇분이라도 늦게 들어 가고 싶은 생각이 들거고
애비는 정해진 시간내 늦지않게 들여 보내려는 생각이 앞서기에 길 나서기를 재촉하고
자식과 애비가 정해진 목적은 같으나 생각의 차이가 있었을 거다
이윽고 부대로 향하는 길
원주 시내에서 얼마 멀리 떨어 지지 않은 곳이지만
초행 길인데다가 늦지 않아야 한다는 급한 맘이 찾아 가는 길을 헤매게 한다
아들도 부대에서 사단까지만 몇번 직접 운전하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여타 길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하니 헤매는 것은 당연지사
길가는 택시운전자와 행인에게 묻고 또 물으니 치악산 근방이란다
더구나 오늘따라 네비게이션도 지 맘대로 고집을 부린다
부대 위병소에 도착한 시간이 마감 30분 전인 7시가 다 되어서야 가능했다
마침 초병이 같은 내무반 선임이라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들어 왔느냐며 농을 걸고
당직사령을 하던 아들 놈의 중대장이 쫒아 나와 상면하게 되어서 강원도까지 간 수확이라면 수확....
눈물을 훔치는 어미의 모습과 달리 애비는 이제 좀 내성이 생겼나 보다
지난해 102보충대와 지난 번 제1 야수교에 떼어 두고 뒤 돌아오던 때와 달리 담담해짐을 느끼니
아마도 5개월정도 지나니 잘 견디리라는 확신과 중대장의 각별한 관심이 이제 자식의 군 생활에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아들을 바래다 주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50분
가는 길도 밀렸지만 오늘 길은 무려 4시간 50분이나 걸려 왕복 535 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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