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간별고 없으시죠?
지난 어버이날에 어머니한테 글을 올리고 오늘 다시 글을 올립니다
불과 한달의 시간이었지만
어머니 막둥이에게는 큰 충격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번 말씀 드렸던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5월이 다가는 날
우리 자식들과의 연의 끈을 놓고 어머니 곁으로 떠나 가셨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병원에 찾아 갔을 때 약간은 오락 가락한 아버지를 보면서
그리 머지않아 우리 곁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예감 했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우리 곁을 떠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3년전 어머니가 5월 18일 세상을 떠나신 후
너무나 마음 아파 하신던 아버지 였는데
그래서 부랴부랴 당신의 음택을 서당봉에 지어 달라고 요구하시고
2년전 어머니와 나란히 음택을 마련했지 않았습니까
상도 놓고,
망주도 세우고
달빛을 등 삼아 환하게 사시라고 석등도 세웠지 뭡니까
아버지는 당신의 갈 때를 예견하셨던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가신 3년 전 5월
아버지도 푸르름이 짙은 5월
같은 시기인 5월 30일 세상을 등지고 어머니 곁으로 떠나 가셨습니다
그리고 질긴 목숨
힘들었던 그놈의 연의 끈을 놓고 우리 곁을 떠나 가신 겁니다
어머니!
이제 어머니는 외롭게 않겠네요
어머니계신 서당봉 가까운 곳에 아버지도 고히 잠드셨으니 말입니다
이제 어머니는 친구가 생겨서 좋으시겠네요
몇발짝 띠면 아버지가 계시니
그간 못 나눴던 이야기랑 밤세워 나누시고
어머니 보내시고 마음 아파했던 아버지 맘좀 어루 만져 주세요
어머니 보내고 3년 동안
많이 외로워 하고
많이 괴로워 하고
많이 우시기도 하고,
많이 가슴 아파 했거든요
아버지도 비록 우리 곁을 떠나 가셨지만
아마 어머니가 가까이 계시니 편안하고 홀가분 하실거라 생각이 되네요
어머니!
그런데 이제는 우리는 어쩌면 좋아요?
우리가 이제 고아가 되고 말았네요
그동안 큰 울타리 해주시던 보모님들이 모두 떠났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사리를 갈 이유가 없어졌네요
지사리를 갈 이유도, 갈 근거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으니 말이예요
누구를 보러 갈 것이며
이제 누가 저를 반겨 주실까요?
물론 작은 할아버지도
작은 아버지 댁도 계십니다만
어찌 어머니, 아버지가 계실 때와 같을 수 있을 까요
이제 아무도 저를 반겨줄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으니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제 어머니 아버지 훈짐이라곤 그 어느 곳도 찾을 길이 없으니
이제 누구한테 그 훈짐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나요?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불효 막심한 이 막내 아들을 용서하세요
그리고 아버지 만나시거들랑
막내 아들이 그리도 불효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더라고 전해주세요
몸져 누워 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가 보고
이야기라도 많이 나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하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그렇게 허망하고 쉽게 우리 곁을 떠나실줄 정말 몰랐습니다
범석이가 지난 달 군대에서 첫 휴가를 받아 집에 왔을때
범석이 에미와 함께 지사리에 방문 했을때 허리가 아프시다고만 했던 것이
지사리에서 마지막이 되실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범석이도 부대에서 특별휴가를 받고 나와
3년전 어머니의 장례를 치뤘던 정읍장례식장에서 심부름 다하고
장지로 떠나는 아버지의 영정을 모셨답니다
오늘 강원도에 있는 부대로 귀대하는 날입니다
할아버지의 세상 떠나신 것이 마음 아픈지
범석이 얼굴도 그리 밝지 않네요
그래도 먼길 달려와 할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을
같이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아버지도 가까이 계시고 하니
외로워 하시지 말고
아버지와 의지하며 편안하게 사시고
그간 70여년간 서로 의지하면 잘 살아오신 것처럼
잠시 떨어져 있었던 3년의 세월을 잘 메꾸시면서
자식들 우애하도록 뒤에서 잘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어머니 잘 계세요
2007년 6월 3일
막내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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