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직생활⑧ -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민방공 훈련 때에나 들어 봄직한 말이다
군대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로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란 말이 있다
이는 항상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예측하고 대비해 훈련을 철저히 놓으면 나중에 어떠한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행정학에서는 '가외성'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어떻게 보면 수 조원을 들여가며 몇십만의 군대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것도 평소에는 자주국방이고, 국가에 대한 외침을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효과도 있겠지만 실재상황에서는 단순히 그 전쟁 하나만을 위해 피나는 훈련, 강도있는 훈련이 필요했던 것이고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겠으나 최종적으로는 조국을 지키기위해 1회 용품화가 불가피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만,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어떻게하든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온 군대를 한번 써먹어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해에 수조원을 투자해서라도 전쟁 억제력을 얻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이다.
행정에서 있어서도 각종 상황에 대응하기위해 많은 훈련을 해오는 데
각종 재해 방제훈련이며,
한여름에 매번 한번씩 치러야하는 하는 홍역인 을지연습이며,
독수리 훈련이고, 충무 훈련이고, 민방위훈련등이 그렇고 행정현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연시대회, 시연회, 시범등이 바로 그렇다.
86년도 봄이던가
‘산불진화훈련’을 옹동면 오성산 옆에서 하던 때였다.
군단위 시범훈련이기 때문에 관내 전 지역민방위대장(리장)은 물론 직장민방위대장, 군단위 기관단체장등 3백여명 정도를 초청해 놓고 산불의 위험성과 진화요령을 직접보여주는 훈련이었다.
이윽고 사회자의 훈련상황 멘트와 함께 전방 시범장에서는 불이 붙고 진화조 출동과 살수조(撒水組)의 물뿌리기, 진화조의 진화, 사후처리반의 뒷불정리등이 일사불난하게 이뤄지는훈련이었다.
그런데 이게 원일인가 어디까지나 훈련상황이었던 것이 방화선을 넘은 여우불로 돌변한 것이다
현장에서 진화를 진두지휘하던 산림과 Y모씨의 다급해진 메가폰 목소리가 본부석으로 실낱처럼 전해졌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 전 진화반은 출동하여 산불진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
그러나 훈련이 한참 진행 중이었고, 본부석쪽에서 훈련장쪽으로 부는 바람과 그 상황을 예측 못한 사회자는 이제 탄력받은 자동차처럼 훈련상황 설명에 열을 올리는 통해 다급해진 현장의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정말 출동해야할 진화조가 출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화선을 넘은 불은 본격적으로 인접 산으로 달라붙어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시작된 현장 Y씨의 다급한 목소리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
그제제야 사태의 다급함을 안 사회자는 진행 시나리오상의 멘트를 중단하고 Y씨의 말을 받아 똑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모두들 나오셔서 산불진화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본부석에도 비상이 걸렸다.
본부석에 앉아 있던 기관단체장들은 직접 현장에 나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기만 했다.
연습삼아 준비하고 있는 진화조가 출동하고, 살수조가 출동하고....
우왕좌왕하는 정신없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의외로 산불을 빨리 잡혔다.
산불 진화 훈련이 정말로 실제상황을 만들어 내어 실전다운 훈련을 모처럼 치룬 것이다
정말로 죽기 살기로 산불진화에 나선다면 어지간한 산불정도는 간단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고귀한 체험이었다
사람들은 그 훈련을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지금 촌놈과 같은 회사에서 그 때를 까막게 잊어 버리고 근무 하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동계 강화 훈련을 하고, 해외 적응 훈련을 하고 하는 것들이 어찌 보면 실전에서 어떠한 상황이 전개 된다 하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대응하기 위한 것처럼 행정에서 하는 각종 훈련도 맥락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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