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士 칼럼(신문)

드라마는 시청자의 공분(公憤)을 먹고 사는가

goldenfiber 2013. 2. 18. 14:56

 

드라마는 시청자의 공분(公憤)을 먹고 사는가


김 철 모 / 시인


요즈음 필자는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러다가 일주일 내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드라마에 휘둘려 근무 후를 잃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드라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서 느끼는 대리만족과 드라마 전개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 그리고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감정이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하나가 심상치 않다.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주말 연속극 “백년의 유산”이 그렇다. 소재가 60~70년대에 있을 법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심술고약한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다루고 있어 시청자들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안방을 파고드는 드라마 소재는 다양할 수 있다. 황당무계한 소재인 ‘전우치’를 내세워 신통한 도술로 나약한 국왕을 보필하여 악을 물리치고 세상의 공정한 게임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고, 사기결혼에 휘말려 연예인생활을 망쳐버린 불운의 여인 ‘나비부인’의 복수심에 불탄 앙갚음에서 우리는 그래도 한 가정생활에 있어서 정도(正道)를 고대하고 있다. 또한 요즘 한참 살이 오른 ‘7급 공무원’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정원 직원들의 생활과 애환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또 다른 시청자 입맛을 당기고 있고, 말 치료사 ‘마의’는 환국과 함께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백년의 유산’은 아직은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결과가 궁금하다. 당초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는 시골국수공장을 주제로 한다는 드라마 제작 노트와 달리 마마보이 남편 철규(최원영 분)은 홀어머니 방영자 회장(박원숙 분)이 휘두르는 며느리 채원(유진 분)에 대한 혹독한 시집살이에 대해 아무런 바람막이가 되지 못하고 도리어 부인을 부정한 여자로 매도하는데 앞장서 미운 시어머니보다 시청자들의 화를 치밀게 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방영 시기가 유사한 ‘나비부인’과 ‘백년의 유산’ 주인공 둘 다 기억상실증에서 이제 기억이 돌아와 그동안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을 시작한다는 것도 두 드라마가 우연치고는 너무나 우연이다.

여하튼 드라마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거리가 분명해야한다. 과거 ‘여로’가 그랬고 ‘모래시계’가 그랬던 것처럼 탁월한 연기자의 연기력과 탄탄한 소재가 시청자들을 안방에 잡아두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드라마사상 또 하나의 대형 사고를 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기를 고대하는 시청자들의 고대만큼이나 한참 방영중인 ‘백년의 유산’은 시청자들의 공분(公憤)을 먹고 사는 것임에 분명하다.

 

 2013년 2월 15일 전라일보 15면, '젊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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