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지금

시비(詩碑)로 태어나다

goldenfiber 2013. 3. 20. 22:17

 

작년 8월에 작고하신 작은 할아버지 영전에 바친 필자의 조시(弔詩)가 고향 선산 서당봉에 위치한 작은 할아버지 묘소 옆에 시비(詩碑)로 자리잡고 섰다

 

 

 

 

 

 

 

부디 영면 하소서 (弔詩)   : 全文

- 작은 할아버지께 바칩니다 -

 

 

서당봉 자락

한 일가의 둥지 틀었던

150여년 전의 터에서

6남매 막내로 태어나

 

나라 잃는

일제치하의 수모와

쓰라린 민족상쟁

역사 현장을 거쳐

초근목피 하던 시절을

과거로 묻고

 

한 평, 한 평

땅 일구고

하나 하나 7남매

씨 뿌려 지탱해온

93년의 세월

 

모질고 긴 임진년 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집안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세대의 큰 등불이 커졌습니다.

 

집안의 대소사마다

일가의 어른으로써

집안의 화목과

우애의 모범 보이시고

 

집안의 어려운 일에

정신적 지주와

늘 중심이 되셨던

어른이셨는데

 

이제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고

그 고귀한 조언 받을 지

앞날이 캄캄 합니다

 

 

작은 할아버지!

() () 시대를 접는 날

201285

 

종조부 부음에

3형제 할아버지 손

다같이 모여

슬픔을 삼키며

지난 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일찍이

당신이 만들어 놓은 자리

입추지절에 잠시 열고 들어가

비록 몸은 떠나지만

그 정신 서당봉에

길이 남겨 주소서

 

작은 할아버지 !

그동안 지척에 두고

상면하지 못했던

할아버지도 뵙고

아버지와 형님도 만나서

못 나눈 이야기 나누소서

 

이제 남은 가족

이 슬픔 딛고 일어나

할아버지 유지 받들어

열심히 살아 갈 테니

걱정일랑 모두 잊고

무거운 짐 내려놓고

부디 영면 하소서

 

- 큰집 종손(從孫) 철모 올립니다

 

 

* 필자의 세번째 시집 '봄은 남쪽바다에서 온다' 마지막 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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