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사 가는 날
- 김철모
오늘은
당신이 가신
10년전 그 5월에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이사 가는 날
비록 서당봉 자락
몇 걸음 사이지만
그 거리는 멀고도
멀었을 것이기에
아버지 마련하고
아버지가 먼저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는
두 분의 음택으로,
지난 일백이십개월 동안
홀로 적적했을 어머니
이제 다시
그리도 그리던 아버지 만나
나란히 눕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삼천육백오십일
이제라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아버지 곁에 있게 되니
얼마나 좋으십니까?
어머니 이사 가는 날,
당신이 뿌려 놓은
8남매 자식새끼들 모여
당신의 영면을
다시금 기원해 봅니다.
2014. 5. 18
오늘, 그동안 자식들의 도리이자 염원이었던 어머니를 아버지 곁으로 모셨다
헌데 이 과정에서 마음 아픈 것은 손수 당신이 지어던 수의가 폴리가 섞인 가짜 삼베를 사셨는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삭지 않고 칭칭 어머니를 감싸고 있어서 어머니 유해를 수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당신이 직접 당신과 아버지의 수의를 만드셨다고 늘 자랑삼아 말씀하셨던 것이
연세드신 어른들을 속여 가짜 삼베를 팔아 먹은 양심도 없는 장사치들의 행동으로 인하여
지하에서 고통 받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분노를 느낀다.
이제라도 당신을 감싸던 단 하나의 실오라기도 없이 편한히 아버지 옆에 누으셨으니
이제부터라도 맘 편하게 영면하시고 자식들의 앞날에 축복주시기를 빌 뿐이다.
고향집 바로 뒤 서당봉
선산에 자리잡은 부모님은 이제 두 분이서 밤 새워 달과 대화하고 별을 세면서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그간 못다 나눈 이야기일랑 두고두고 나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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