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는 것은(27) 가을이 익는 것은 절간의 달아오른 홍시 사람도 익고 단풍도 익고 계곡물도 익고 익은 것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자연은 익으면 저리 고운 것을 어찌 사람은 익으면 추해지는 걸까 자연은 남을 위해 살고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살고 자연은 자연의 이치를 알고 사람은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것일 뿐.. *08 ..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8.11
여름 나무(26) 여름나무 무성한 이 파리 네 모습 푸르게 감싸고 앙상한 뼈마디 불어 대던 바람의 혼 헤치며 절망의 한 숨 삭히던 너 나는 보았단다 여름 가지마다 물오르고 여린 새잎 몰래 터지는 순간 소망을 향해 떨던 너의 여린 모습 나는 알고 있지 불볕 쏟아지던 날 가슴에 묵묵히 삭여가며 내 맘의 갈망에 숲에 ..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7.22
연꽃(25) 연꽃 흙탕물에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혜로운 웃음 띠우는 당신의 아름다운 신행 꽃잎 그리고 열매가 같이 날아 온 당신의 인(因), 과(果) 부처님의 가르침 7월의 무더위에도 경건한 마음으로 몸 가누는 당신의 합장에 반했습니다 *하소백련지에서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7.16
칼국수 먹는 날(24) 칼국수 먹는 날 오늘은 칼 국수 먹는 날 갓 베어 온 생풀, 강냉이대 모아 우선 마당에 봉화를 올리고 매캐한 고추냄새 제법 나는 호밀대로 엮은 멍석 쩍 펴 식구들이 옹기종기 뒷마루에서는 밀가루 반죽이 한창 형들과 다듬돌 방망이 들고 달려들어 얕고 넓게 늘리기 시합을 한판 벌린다. 어머니는 넓..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7.12
봄(23) 봄 언제 왔는지 어디 가고 있는지 지금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잡아 볼 수도 먹어 볼 수도 없는 바람처럼 나도 모르게 왔다가 스쳐가는 게 봄이구나 (완산칠봉의 봄)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6.07
벚꽃 길(22) 벚꽃 길 기다랐고 하얀 세상이 열린다 벌들이 춤추고 사람들은 모여들고 장돌림 소식도 없이 왔다 벚꽃 긴 터널 속에 세상 시름 인생 굴레 삶의 찌꺼기 다 벗어 던지고 새 세상에 하얗게 나도 알몸 드러내어 다시 태어나고 싶다 (정읍 천변)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5.27
소 싸움(21) 소 싸움 금적산, 주몽, 이무기, 쌈짱 검(儉), 엘피지, 백두산, 1당 100 꺽쇠, 코브라, 보리, 바이킹, 강양... 역사 인물도 아니고 드라마 등장인물도 아니고 동네 아이들 이름도 아닌 것이 다방 레지 이름도 아닌 것이 무식하게 지어야 싸움 잘 하는가 교양있는 이름이 옆구리 잘 받는가 무서운 이름 빌어야 ..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5.19
황토현(20) 황토현 가보세! 가보세! 갑오 새! 갑오 새! 녹두장군 앞세우고 가렴주구 분연이 일어나 외치던 민초들의 함성 일백 십 사년 지난 날 황토벌 다시 울려 퍼진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백성이 직접 나서 나라 바로 세우고 백성 바로 구하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마라 죽..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5.13
장독대(19) 장독대 비 맞은 장독을 오늘도 닦고 계신다 혹시 장맛이 변할 까 대대로 내려 온 손맛을 지키며 젊은 시절 서글픈 시집살이에 장독을 닦으며 설음을 달랬을 장독에는 별이 별것이 다 있다 장도 고추장도 어머니의 손맛도 어머니의 비상금 금고도 있었다 오늘은 비가 대신 닦고 있다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5.10
어버이날에(18) 어버이 날에 서당봉 짙푸름 고향 뜰 선인장 노란 송화 분칠하고 어김없이 여린 손 내민다 4년 전에 둘 1년 전 하나 지금은 아무도 없는 빨간 대문 빈집만 덩그러니 큰 놈은 군대에서 전화로 작은 놈은 긴 편지로 집사람 눈물 젖은 카네이션 한 아름 가슴에 꽃 달아 줄 사람은 이제 없고 하얀 국화 받을 .. 시집2-또 하나의 행복 2010.05.08